브리 라슨은 단순한 연기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과 목소리를 통해 꾸준히 ‘여성의 시선’을 대변하고, 변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배우다. 특히 《캡틴 마블》을 비롯한 페미니즘적 캐릭터 해석, 인터뷰와 수상식에서의 소신 발언은 그녀를 단순한 ‘스타’가 아닌, 사회적 메시지를 지닌 상징으로 만들어왔다. 이번 글에서는 그녀의 연기와 말 속에 담긴 ‘페미니스트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살펴본다.
스크린 속 여성의 서사 확장
브리 라슨은 2019년 《캡틴 마블》을 통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초의 단독 여성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외부의 시선과 권위에 의해 억압받던 ‘캐럴 댄버스’가 자신의 기억과 정체성을 되찾고, 진정한 힘을 깨닫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 서사는 단순한 히어로물의 성공 공식을 따르지 않고, 자기 주체성과 여성의 성장 서사를 중심에 둔다. 특히 캐럴이 남성 캐릭터로부터 반복적으로 듣는 “감정을 억제하라”는 말은, 사회 속 여성들이 듣는 익숙한 요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녀는 감정을 억제하는 대신 감정을 동력으로 삼아 진짜 힘을 발휘한다. 이 설정은 단순한 극적 장치가 아니라, 여성 서사에서 감정이 어떻게 ‘약점’이 아닌 ‘능력’으로 재해석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브리 라슨은 이 작품을 단순히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닌, “소녀들이 극장에서 스스로를 보고 자랄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연기 안에는 분명히 그런 의도가 담겨 있다. 스크린 속에서 그녀는 타인을 구하고, 자기 자신을 지키며, 세상과 자신 사이의 갈등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여성으로 존재한다. 이는 남성 중심적인 히어로물에서 보기 어려운 감정선이며, 브리 라슨은 이를 가장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구현해냈다.
“모든 여성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브리 라슨은 작품 속 연기뿐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분명히 밝히는 배우다. 그녀는 각종 인터뷰에서 “모든 여성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말하며, 더 다양한 여성의 서사와 배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그녀는 기자간담회, 언론 투어, 시사회에서 여성 기자와 비백인 기자의 참여가 적다는 점을 지적하며, 인터뷰어 리스트를 일부러 다양화하기도 했다. 그녀의 이 같은 태도는 ‘정치적 올바름’을 넘어, 진짜 시스템의 불균형을 고치기 위한 실천이다. 또한 그녀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질문을 회피하지 않으며, 자신의 영향력을 ‘목소리를 빌려주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그녀는 “나는 모두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내가 가진 자리에 다른 사람이 설 수 있도록 만들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그녀가 단지 ‘의식 있는 사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자리를 내어주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그녀의 인터뷰는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분석과 실천을 동반하며, 수많은 배우와 창작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브리 라슨은 ‘본인이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배우가 아니다. 그녀는 ‘누가 아직 말하지 못했는가’를 생각하며 행동하고, 침묵 속의 다수를 끌어내는 데 힘을 보탠다. 그런 점에서 그녀는 진정한 의미의 ‘페미니스트 배우’다.
레드카펫 위의 정치적 존재
브리 라슨은 시상식이나 행사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녀는 드레스를 고를 때조차 ‘전통적인 여성성’을 과장하거나 소모하는 방향을 경계하며, 메시지 있는 스타일링을 선택해왔다. 골든글로브, 오스카, MTV 어워드 등 다양한 자리에서 그녀는 발언, 제스처, 심지어 포즈 하나까지 ‘말하는 여성’으로서의 태도를 유지한다. 가장 강렬한 장면 중 하나는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벌어졌다. 그녀는 《룸》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같은 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시 애플렉에게 트로피를 건네며 박수를 치지 않았다. 당시 케이시 애플렉은 성폭력 논란에 휘말려 있었고, 라슨은 별도의 입장 표명 없이 ‘박수하지 않음’으로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이 장면은 무대 위에서 침묵이 얼마나 큰 목소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회자됐다. 이후에도 그녀는 Time’s Up 운동, MeToo 캠페인 등 다양한 여성 연대 활동에 함께하며, 단순한 참여자를 넘어 대표적인 얼굴 중 하나로 활동했다. 그녀는 무대 위에서 꾸미는 것보다, 무대 아래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배우다. 그녀의 발언과 행동은 단발적이지 않고, 일관성과 실천력을 기반으로 한다. 브리 라슨은 ‘말하는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가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단지 시선을 끄는 스타가 아니라, 시선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이다.
결론:
브리 라슨은 영화 속에서만 강한 여성을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다. 그녀는 작품 밖에서도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불균형한 구조에 질문을 던지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캡틴 마블》로 상징화된 그녀의 연기는 ‘힘 있는 여성’의 이야기를 넘어,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녀는 단지 여배우가 아닌, 변화의 에너지를 품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