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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속 인간의 본질 탐구 (생존, 욕망, 사랑)

by 김다2302 2025. 3. 24.

영화 인터스텔라 공식 포스터 이미지

‘인터스텔라(Interstellar)’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SF 대작으로, 블랙홀, 시간의 왜곡, 우주 탐사 등 복잡한 과학 개념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철저히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생존을 위한 본능, 외로움 속에서 드러나는 욕망, 그리고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의 힘. 이번 글에서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터스텔라’가 우리에게 던지는 철학적 메시지를 분석해본다.

박사들의 선택이 보여준 본능

우주 탐사 미션을 함께한 맨 박사와 브랜드 박사는, 인간의 생존 앞에서 각기 다른 선택을 내린다. 맨 박사는 인류를 위해 헌신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자신의 생존 본능에 굴복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행성의 데이터가 거짓임을 알면서도 구조 신호를 보낸다. 이는 인간이 죽음의 공포 앞에서 얼마나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장면이다. 놀란은 이 장면에서 극적인 배신을 통해 인간 본능의 민낯을 보여준다. 맨 박사는 생존이라는 본능적 욕망 앞에서 ‘인류를 위한 거짓말’을 합리화한다. 이는 곧, 지식과 이상을 내세우던 과학자조차 감정과 본능에 지배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맨 박사는 영화 속 유일하게 감정에 솔직하지 않은 인물이며, 이로 인해 가장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반면, 브랜드 박사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선택의 근거로 삼는다. 그는 “사랑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차원일 수 있다”고 말하며, 과학적 근거가 아닌 감정으로 목적지를 택하려 한다. 이 장면은 생존과 감정,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이처럼 ‘인터스텔라’는 단지 블랙홀을 탐험하는 영화가 아니다.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 그 선택은 논리적인가 감정적인가—이 질문 자체가 영화의 핵심 서사다.

생존 앞에서 무너지는 도덕

‘인터스텔라’에서 인류는 지구의 붕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이 상황은 단지 과학적 문제나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재앙이다. 환경 파괴, 식량 부족, 자원 고갈은 모두 인간의 선택에서 비롯된 결과이며, 결국 도덕과 생존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진다. 쿠퍼와 과학자들은 인류를 구하기 위한 두 가지 계획을 세운다. 하나는 인류를 데려오는 ‘플랜 A’, 다른 하나는 수정란으로 새로운 인류를 만드는 ‘플랜 B’다. 하지만 플랜 A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희망이었으며, 일부 인물은 이를 알면서도 진실을 숨긴다. 이는 ‘도덕적인 거짓말’의 정당성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우리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다른 누군가에게 거짓을 말하는 것이 정당한가? 진실이 절망을 가져올 때, 거짓이 희망이 될 수 있는가? 놀란은 관객에게 단정적인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이러한 질문을 관통하면서 극한의 위기 속에서 인간 도덕은 얼마나 유효한가를 탐구한다. 맨 박사의 이기적인 배신뿐만 아니라, 브랜드 교수(앤 해서웨이의 아버지)가 진실을 숨긴 채 미션을 수행하게 한 것도 도덕과 효율성 사이의 갈등을 보여준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서 어디까지 감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영화 속 인물뿐 아니라, 스크린 밖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사랑이 중력보다 강한가?

이 영화의 가장 시적인 장면은 단연, 쿠퍼와 머피의 관계를 통해 ‘사랑’이 물리적 거리와 시간을 초월하는 힘으로 묘사된 부분이다. 머피는 아버지를 향한 분노와 그리움을 안고 성장하며, 쿠퍼는 먼 시간과 공간을 넘어 딸과의 연결을 시도한다. 중력의 특성을 이용해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은 단지 과학적 장치가 아니라, 사랑이 현실을 뚫고 도달할 수 있다는 은유로 작용한다. 브랜드 박사 역시, 사랑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한다. 그녀는 “사랑은 측정할 수 없지만, 우리가 느끼는 가장 강한 힘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다소 감성적일 수 있지만, 인간 존재의 본질은 결국 정서와 감정에서 비롯된다는 영화의 중심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놀란은 이 부분에서 매우 절묘한 균형을 잡는다. 그는 사랑을 초과학적 개념으로 묘사하면서도, 그것을 맹목적인 감성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포기하지 않고, 죽음보다 먼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사랑이 없다면, 우주의 미스터리도 결국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많은 과학 영화들이 하지 못했던 지점이다. 과학이 아무리 정밀해도,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며, 그 감정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 ‘인터스텔라’는 그 아름다움을 거대한 우주 한복판에서 보여준다.

결론: 우주보다 깊은 건 인간의 마음이다

‘인터스텔라’는 블랙홀을 넘고, 차원을 통과하며, 시간의 흐름까지 바꾸는 SF 대작이다. 그러나 그 모든 거대한 구조 아래 숨어 있는 건 ‘사람’이라는 존재의 감정, 선택, 신념이다. 생존 본능, 욕망의 흔들림, 그리고 사랑이라는 불가사의한 힘. 결국 이 영화는, 우주보다 더 깊은 인간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