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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의 예술과 현실 사이 (문학, 회화, 꿈)

by 김다2302 2025. 3. 25.

영화 작은 아씨들 2019년작 포스터 이미지

‘작은 아씨들(Little Women)’은 단순한 자매들의 성장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각 인물이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통해,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여성의 창작 욕망, 그리고 타협과 자아실현의 경계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번 글에서는 조와 에이미를 중심으로, 문학과 회화, 꿈과 현실 사이의 복잡한 감정선을 분석해본다.

글을 쓰는 조의 고뇌

작품 속 주인공 조 마치는 누구보다도 분명한 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희곡과 소설을 쓰며 가족들 앞에서 공연을 열고, 상상 속 이야기를 현실로 풀어내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그러나 그가 작가로 살아가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19세기라는 시대의 벽, 여성이라는 한계, 그리고 ‘팔리는 글’과 ‘진짜 내가 쓰고 싶은 글’ 사이의 간극이 그를 끊임없이 흔든다. 초반 조는 상업적 가치에 맞춰 자극적이고 통속적인 글을 쓰고, 이를 통해 약간의 수입을 얻는다. 하지만 로리와 다시 만난 후, 그리고 베스의 죽음을 경험한 이후, 그는 진정으로 의미 있는 글을 쓰기 위해 자신 안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조의 글쓰기 과정은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직면하고 해석하는 치유의 과정이다. 또한 조는 단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여성 작가로서의 존재를 고민한다. 남성 중심 출판계는 그에게 ‘주인공은 여성이어도 남자와 결혼해야 팔린다’고 말한다. 이 순간 조는 타협할 것인지, 자신의 이야기를 지켜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는 결국 ‘작은 아씨들’이라는 이야기로, 자매들의 삶과 자신의 서사를 세상에 내보내기로 결심한다. 조의 이야기는 모든 예술가에게 묻는다. “내가 왜 이 글을 쓰는가?” 그것은 명예도 수익도 아닌,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연결하기 위한 가장 근원적인 이유다.

에이미의 그림과 현실의 타협

에이미는 조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예술과 마주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타고난 감각과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을 지닌 예술가이며, 화가로서의 진지한 꿈을 꾼다. 그러나 동시에 에이미는 현실 감각이 뛰어나고, 자신의 삶을 ‘실현 가능한 방향’으로 설계하려는 인물이다. 이러한 균형감각은 그녀를 단순한 이상주의자가 아닌, 현실적인 예술가로 만들어준다. 영화에서 에이미는 “나는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없으니, 위대한 인생을 택하겠다”고 말한다. 이 대사는 예술을 포기하는 선언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예술과 현실 사이의 갈등을 받아들이는 한 인간의 결단이다. 그녀는 재능만으로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알고, 예술가로서의 이상과 사회적 생존 전략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예술을 완전히 놓지 않는다. 유럽 유학 중에도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시선으로 대상을 담아내려 노력한다. 다만 조처럼 ‘고독한 천재’가 되기보다는, 사랑과 안정, 그리고 표현의 자유가 함께할 수 있는 삶을 꿈꾼다. 이는 특히 여성 예술가에게 더 현실적인 선택지로 다가온다. 에이미는 조와 달리, ‘꿈을 반드시 극단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다. 그 대신 그는 예술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 안에서 그것을 유지하려 한다. 이러한 모습은 예술을 둘러싼 이상과 현실의 스펙트럼이 단순히 이분법적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여성의 창작이 가질 수 있는 의미

작은 아씨들은 단순히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넘어, 여성의 창작 행위가 시대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조와 에이미 모두 예술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고, 세상과 연결되려 한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한 세계는, 여성의 목소리를 인정하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다. 조는 여성으로서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혁명적 행위임을 깨닫는다. 그녀의 출판 과정은 단순히 원고를 넘기는 일이 아니라, ‘이런 이야기도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선언이다. 반면 에이미는 예술이란 개인의 욕망이지만, 동시에 생존과 결혼, 계급의 문제와도 얽혀 있음을 몸으로 체득한다. 이들의 선택은 어느 하나가 우월하지 않다. 오히려 두 사람 모두 예술을 통해 자신의 위치와 삶을 정의하며, 시대의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기만의 길을 찾아간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연출은 이 지점을 매우 섬세하게 다룬다. 그녀는 조의 독립성과 에이미의 현실감 사이에서 누가 더 ‘옳은 여성’인지 판단하지 않는다.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을 사랑하고, 표현하고, 살아가는 모든 여정을 존중한다. 결국 ‘작은 아씨들’은 말한다. 여성의 창작이란 단순한 재능이나 열정 그 이상이다. 그것은 존재를 증명하고, 자아를 지키고, 삶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방식은 조용할 수도, 뜨거울 수도 있지만, 언제나 진실하다.

결론: 예술은 삶을 기록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자란다

‘작은 아씨들’은 예술을 꿈꾸는 여성들의 내면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조의 글, 에이미의 그림은 단지 창작이 아니라, 삶을 해석하고 견뎌내는 도구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벽이 아니라, 오히려 예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성장의 지점이다. 결국 예술은 타협 속에서도 살아남고, 그 안에서 우리는 진짜 자신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