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포트만은 아역 시절부터 현재까지 꾸준한 성장과 도전을 보여준 배우다. 단순한 이미지 소모를 넘어서, 각 시기마다 새로운 연기 결을 시도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구축해왔다. 이 글에서는 나탈리 포트만이 어떻게 아역 스타에서 성숙한 여성 캐릭터로 발전해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선택한 영화들이 그녀의 연기 세계에 어떤 의미를 더했는지 분석해본다.
레옹 소녀 마틸다의 존재감
나탈리 포트만의 데뷔작이자 그녀를 단숨에 주목받게 만든 영화는 1994년 뤽 베송 감독의 《레옹》이다. 당시 13살이던 그녀는 킬러 레옹과 함께 살아가는 소녀 ‘마틸다’를 연기했다. 이 캐릭터는 단순한 소녀도, 단순한 피해자도 아닌 복잡한 정서를 가진 인물이다. 부모를 잃고 복수를 꿈꾸며, 동시에 성숙과 미성숙 사이를 오가는 심리를 담고 있다. 나탈리는 이 마틸다 역할을 통해 이미 ‘감정 연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눈빛과 말투에 담긴 이중성은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이후 그녀가 단지 아역으로 그칠 배우가 아님을 예고했다. 당시 논란도 많았지만, 그만큼 그녀의 연기력은 예상을 뛰어넘었고, 이후 다양한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레옹》은 단순히 스타덤에 오르게 한 작품이 아니라,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로 감정을 다룬다"는 자기 정의의 출발점이 되었다. 수동적인 연기가 아닌, 능동적으로 감정선을 끌고 가는 능력은 이후 성인 연기에서도 큰 장점이 되었다. 이 시절의 경험은 그녀가 어른이 되어 보다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성숙한 사랑과 상처를 연기하다
2004년작 《클로저》는 나탈리 포트만의 ‘성인 배우’로서의 존재를 확고히 한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미스터리한 스트리퍼 ‘앨리스’를 연기하며, 사랑과 거짓, 상처와 자존감 사이의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한다. 이 역할은 단순한 이미지 변화 이상의 것이었다. <클로저>의 앨리스는 진실을 감추고, 동시에 드러내는 인물이다. 나탈리는 이 이중적인 감정을 뚜렷하게 보여주며, 한 인물의 ‘가면 뒤’에 있는 진짜 얼굴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영화 속 대사 하나하나, 눈빛의 떨림, 혹은 상대의 말에 반응하는 순간들이 모두 정밀하게 계산된 듯하면서도 자연스러웠다. 이 역할로 그녀는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 후보에도 올랐다. 단순한 변신이 아닌, 연기력 그 자체로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클로저》는 또한 그녀가 단순히 ‘예쁜 배우’에서 벗어나, 심리적 깊이를 가진 성인 여성을 설득력 있게 연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앨리스라는 캐릭터는 이후 나탈리 포트만이 선택한 다양한 역할의 ‘시작점’이 되었으며, 섬세하고 복잡한 내면을 가진 여성 캐릭터를 선호하는 그녀의 연기 철학을 보여주는 상징적 역할이기도 하다.
여성 배우의 자기 서사를 만들다
2019년 개봉한 《루시 인 더 스카이》는 대중적으로 큰 흥행은 아니었지만,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그녀는 우주에서 귀환한 후 감정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우주비행사 ‘루시 콜라’를 연기한다. 이 작품은 ‘여성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통제하지 못하면서도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탈리는 감정의 격변을 섬세하게 담아냈고, 특히 ‘불안정한 여성’을 피상적으로 다루지 않으며 깊이 있는 캐릭터로 표현해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기의 나탈리가 더 이상 ‘소비되는 이미지’가 아닌, ‘말하고 싶은 주제를 선택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루시라는 캐릭터는 명확한 주인공이면서도 전형적인 영웅이 아니며, 실패하고 흔들리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나탈리 포트만이 여배우로서 사회적 시선과 역할 속에서 어떻게 자기만의 주체적 서사를 쌓아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이 작품은 그녀의 연기가 나이와 함께 더욱 성숙해졌음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아역 시절의 마틸다, 청춘의 앨리스, 그리고 성숙한 루시까지 이어지는 이 감정의 궤적은, 그녀가 단지 ‘성장했다’는 표현 이상으로, 스스로의 연기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배우임을 증명한다.
결론:
나탈리 포트만은 아역에서 시작해 성인 연기, 그리고 복잡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로 성장해왔다. 그녀는 외모나 스타성에 기대지 않고, 연기 자체로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 각 시기마다 선택한 작품들은 단지 필모그래피가 아니라, 배우로서의 신념과 방향성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나탈리 포트만은 그 자체로 ‘성장하는 배우’이며,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여성 예술가다.